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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바람

아이가 운다 본문

하루

아이가 운다

chippy 2019. 3. 20. 22:23

저녁을 다 먹고, 어째 잘 넘어가나 했는데...아랫층에서 제 아빠와 이야기 하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올라와 내 앞에서 뚝뚝...”내가 정말 바보 같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애들이 얼마나 날 이상하게 봤을까? 교수님도 언짢아 하는 것 같아 보이고...내가 무례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내 참...이제 이 짓도 다 끝났나 했는데...아직도 멀었나...나는 언제까지 이 아이의 눈물을 위로해야 하는 걸까? 결국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해. 내가 쓸데없이 우는 것 하지 말라고 했지? 울어야 할 만한 일도 아닌데 왜 울어? 여자는 아무 때나 우는 거 아니야!” 절대 바로 끝나지 않는다. 담아두고, 참고 참아 눌러 둔 속 내를 다 끄집어 내고서야 울음 뚝! 다시 웃으며 내게 안긴다. 어릴 때는 그렇게 잘 울지 않더니 ... 한 번씩 별 것도 아닌 일에 울어서 나를 뜨악하게 만들기는 해도, 크면 괜찮겠지...혼자라 그럴까? 무슨 일이든 밖에서 겨우 참고 눌렀다가 이렇게 집에 와 내 앞에서 결국 터뜨리고 만다. 그걸 하려고, 아니, 해야만 끝이 난다. 


수업 시간이든 아니든 손을 들고 질문을 하거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경우에 누구나 어느 정도의 긴장과 불안을 느낀다. 그 사람이 얼마나 긴장을 하는지 알 수도 있을 만큼 떨거나 말을 더듬거나 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에게만 심장 박동 소리가 귀에 쟁쟁하고, 목소리가 떨리고, 뭐라 말하는지 기억도 안 나서 버벅거리고, 등등, 한 마디로 그 순간엔 바보 천치가 되는 느낌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무수히 사람들 앞에 서서 말을 하고, 질문을 하고, 수업을 해도 긴장감과 불안은 늘 따라 다닌다. 내가 질문하는 학생이었을 때도, 질문을 받는 선생의 입장이었던 때도 마찬가지다. 딸 아이도 그 긴장과 불안이 싫고, 그러니 손 들고 질문하거나 발표하는 일에 유독 긴장을 많이 한다. 그래봐야 보통 사람들 수준인대도 본인이 느끼기엔 세상 가장 멍청한 인간 같은 게다. 나도 그런 순간이 많았지만, 한 번도 엄마나 동생,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지 못 했다. 집에서는 뭐 그딴 걸 갖고...라며 무시할테고,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는 못 하겠고...나와 사정이 다른 딸 아이는 모든 고민과 문제를 다 내게 가져와 눈물과 함께 토로한다. 고민과 문제는 들어 주고, 같이 고민도 하고, 충고나 조언도 해주겠지만... 그 쓸데 없이 흘리는 눈물만은 정말 지친다. 어릴 땐 그래도 참아 줬지만, 열 아홉이 되도록 이 지경이니 나는 이제 짜증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일단, 눈물부터 끝내지. 내가 별 일도 아닌데 우는 것 좀 하지 말랬지?”



나도 어릴 적에 부모님께 지청구와 구박을 많이 들었다. 수도꼭지 라는 별명도, 놀림도 집안에서 오래 받았었다. 결국 이런 인과응보라니...하아....그래도 열 아홉 되도록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싫은 말 듣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참고 안 보는데서 혼자 울고 혼자 풀었다. 나는 혼자 해결하는 습관이 아주 일찍 붙었다. 다 그럴만한 집안 환경과 사람들과 살았으므로...내 딸도 저럴만한 집안 환경과 사람들과 살고 있으므로 ... 그러하다. 논리학 교수와 어떤 명제의 참, 거짓에 대한 설명을 하는 저자의 논리에 대해 의견이 서로 달라서 묻다가 생긴 일이었다. 교수는 아이 질문에 다시 정확히 말해 달라고 했고, 긴장한 애는 더 긴장해서 제 생각대로 다 전달이 안 된것 같고, 교수는 아이의 의견에 회의적인 답변을 했고, 다시 묻는 애를 무례하다고 여겼는지 싫은 표정을 해서 아이는 걱정이고...ㅎ...별 일도 아니구만...”교수는 그런 질문 받고 답하는 게 일인 사람이야. 네겐 좀 불편해 보였을 그 표정도 사실은 그냥 나오는 반응일 뿐이고. 그런 질문, 학생, 경우가 한 두 번이거나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고 직업이야. 그러니 그런 찜찜하고 불편한 기분을 네가 느꼈다면 그럴 수 있거니 하고 넘겨.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남들 앞에서 주목을 받게 되면 다 불안하고 바보 같고 더듬거리는 법이야. 아무리 반복하고 연습해서 남들은 자연스럽다 느껴도 본인은 항상 어느 정도의 불안과 긴장감을 떨칠 수 없어. 네가 스스로 과도하게 긴장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건 아직도 충분히 연습과 경험이 안 된거라 그래. 포기하고 앞으로 절대 질문 같은 거 하지 않고 살든가, 더 편해 질 때까지, 혹은 그러거나 말거나 네가 궁금하고 알아야 할 것을 해소하려면 계속 손 들고 질문 하든가. 어때? 그만 포기하고 입 다물고 조용히 살래?” 



결국 아이는 내가 하는 설명을 다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웃음을 찾았다. 풀고나면 별 것도 아닌 일에 내가 왜 그리 난리였었나 멋쩍고 우스워진다. “내가 한 번 더 말하지만, 제발 울만한 일도 아닌 일에 울지 좀 마. 엄마가 눈물 바람 하는 게 제일 싫다고 했지? 자, 따라 해봐.” Girls don’t cry, except when your family die. Got it? Keep that in mind! 






액자 사진을 다시 찍어서 올리니 그림자가 비친다. 벌써 13년이 흘렀다...사진 속 나와 아이...엄마는 그대로야~~ 그래...나도 그랬으면 좋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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