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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바람

돈, 돈, 돈 본문

생각

돈, 돈, 돈

chippy 2019. 3. 31. 00:20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달리 말할지도 모르겠다. 매일 쓰고 있어야 하는 돈이 어떻게 눈에서 멀어질 수 있으며, 또 눈에 안 보여 없을 수록 더 간절하고 절박한 게 돈이라고. 맞는 말이다. 생계의 절박함이나 끝에 간당간당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신선놀음 하는 사람들의 농담 수준의 말이다. 나는 가난을 절실하게 겪으며 산 적이 없다. 그렇다고 중산층의 유복한 삶도 아니다. 그저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이 살아온 편이다. 아버지가 사업을 몇 번 말아드셔서 힘든 적이 있어도 자식들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바닥은 아니었고, 이후에 가세가 기울어 아파트 월세로 죽 살았지만 집 없이 산 것도 아니니 상관 없다. 아버지가 좀 인색하신 편이라 돈에 관해서는 어지간히 깐깐하셔서 한 번도 뭘 풍족히, 편안히 용돈을 받거나 써 본 기억이 없다. 아끼고 모으는 습관이 그래서 일찍 들었다. 가계부도 쓰고, 적금도 꼬박꼬박 넣어가며 살았다. 그래서 허투로 돈을 쓰거나 내 수입에 넘치는 지출 같은 것은 생각조차 안 하고 살았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보니 아버지의 인색함을 닮을까 걱정이 되었다. 돈에 대한 집착은 버는 것에만 있지 않다. 쓰는 것에 사람의 인성이 묻어 나온다. 액수가 아니라 그 태도에서 그렇다. 나는 돈이 사람을 어찌 변화시키고 삶을 바꾸는지 일찍 안 편이다. 우리 부모님 덕분에.

부자인 적도, 그 근처에 간 적도 없지만, 빚 없이 돈에 끌려가지만 않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잘 아는지라 그렇게 살려고 했고, 지금도 그렇게 산다. 사실 빚 없이 산다는 게 경제적으로 권장할만한 것도 아니고, 딱히 건강하고 바람직한 것이라고도 못 하겠다. 집을 사는데 얻은 모기지는 아직 10년 이상 남았고, 연금 저축 외에 따로 투자하는 것도 없다.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이상 약간의 안락이나 편리를 위해서 투자나 지출은 안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내 차를 따로 사서 탈 수도 있지만, 고작 세 식구에 세금에 보험에 공해에 뭣 하러 싶어서 차는 한 대만 쓴다. 해외여행도 누구나, 무시로 가는 일상의 부분이 된 일이지만, 솔직히 비행기와 차로 아동하는 그 시간이 너무 지치고 지겨워서 잘 안 움직인다. 내 사는 방식이 그런 탓이지 돈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내가 직접 돈 관리를 하지 않고 주 수입원도 아닌 탓이다.

결혼 전, 임신 전까지 나는 영어 강사로 어학원에서 일을 했다. 기업체 강의도 비는 점심 시간에 꾸준히 다녀서 수입이 좋았다. 남편보다 내가 더 잘 벌었었고, 결혼 할 때까지 모아놓은 돈도 내가 가진 것이 다였다. 결혼 후, 처음으로 한 것이 내 돈으로 남편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준 일이다. 신혼 집은 보증금 300에 월세 15만원인 17평 아파트였는데, 그 보증금도 내 돈으로 충당했다. 학자금은 이자만 갚고 있는 정도라 원금은 그대로 놔두고 계속 그러기엔, 특히 한국에 살 때라 매번 환전해서 보내는 것도 일이어서 바로 갚자고 내가 먼저 제안을 했다. 남편은 그 일이 그렇게나 감동적이었는지 지금도 고마워한다. 당시까지 평생 갚을 것만 같았던 빚을 아무 상관 없는 남이라 할 수 있는 (캐네디언 문화에서 보면 그렇다)  마누라가 대신 탕감해준 것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8년을 한국에서 사는 동안 모든 돈 관리를 내가 했다. 남편이 한국말을 못하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곳 문화나 정서를 감안하면 파트너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나의 능력?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겠으나, 나에게는 늘 해왔던 일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계획대로 캐나다로 돌아가 정착하기 전에 목표한 돈을 착실히 모았다. 남편도 열심히 일을 했고, 타고난 천성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불평도, 불만도 없었다. 시어머니는 내가 시댁 동네에서 살던 첫 해에 자주 묻곤 했었다. 어떻게 그 돈을 다 모았냐고...ㅎ...이곳의 사회구조로는 도저히 그 기간에 모을 수 없는 액수이니까. 은행 적금만으로도 제법 이율이 높던 시절이고, 투기나 투자도 없이 그저 성실히 일해서 모은 돈이었다. 캐나다로 오면서 남편에게 한 가지만 부탁했다. 더이상 돈 관리는 안 하고 싶으니 당신이 알아서 다 해라...영수증, 지출, 세금, 등등...그래서 이후 나는 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 졌다.

우리는 공동 명의의 checking account를 갖고 있다. 집도, 연금 투자도 모두 공동 명의이다. 여기도 대개 남편과 아내가 따로 재산 관리를 한다. 나는 이곳에서 계속 전업주부로 살아 왔으니 남편의 수입에 공동 명의자로서만 산다. 솔직히 우리 계좌에 대충 얼마가 있는지만 알지 얼마를 어디에 쓰고 나가고 관심도 없고 챙기지도 않는다. 내 카드와 현금으로 생활을 하지만 피차 보고 하거나 확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서로가 모르는 지출은 없다. 몰래 뭘 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내가 일을 하긴 해도 내 한 달 수입은 남편 수입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돈벌이가 목적도 아니지만, 그래도 돈이란 게 일단 손에 들어오면 그 액수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냥 이것도 하나의 목표가 되니 집착이 금방 생겨났다. 그래, 나도 어떻게든 천 불을 한 번 찍어 볼까? 뭐 이런 종류의 욕심...ㅎ...그래서 한 몇 개월, 주당 20시간 정도 일을 해가며 연간 수입 만불을 달성한 해도 있었다. 그랬더니 바로 소득세로 절반을 떼어 갔다. 즉, 만 불어치 일을 하니 남은 건 오 천불...ㅎ...이후로 그 작은? 삶의 목표도 포기했다.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물론 더 큰 이유는 이후 계속 시름시름, 병치레 하는 중년에 접어 든 것이지만. 

이 집에서 최고 결정권자로서의 나의 지위와 권리는 여전하다. 일상적인 수입, 지출 관리는 안 하지만 결정은 대개 내 몫이다. 남편보다 냉정히, 객관적으로 판단을 하는 편이라 남편도 내 결정 없이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뭐든 잘 하고 능력 되는 사람이 그 일을 맡으면 된다. 그리고 집이든 투자든 그 규모나 정도를 제대로 가늠하고 결정하려면 그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전업주부 만큼 한 집의 가사 내역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숙고할 필요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열심히 알아서 성실하게 일 해온 남편의 공이다. 나는 그 고마움을 남편에게 상기 시켜 준다. 당신이 성실하게 살아 온 덕분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고. 나와 달리 돈에 있어서 상당히 집착?하는 남편이지만, 역시나 타고난 성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지 말라고 만류나 충고도 자주 해봤으나...할 수 없는 일이다. 본인만 괴로울 일인데도 굳이 하는 것은 성격이다. 죽을 때 들고 갈 수 있는 게 없다. 모으기 보다 쓰는 게 더 어렵고 까다롭지만 흔히 잘 잊고 사는 것도 돈이다. 큰 돈을 기부하거나 어떤 좋은 일에 쾌척하는 것만 잘 쓰는 것이 아니다. 내 일상에서 쓰는 사소한 지출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거리를 두고 살면서 자주 되짚어 보며 잊지 않고 살필 것이 또한 돈 쓰는 일임을, 요즘 한창 시끄러운 한국 뉴스를 보며 새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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