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바람
기온은 좀 올라서 춥지 않으나 구름 잔뜩, 회색 진한 우중충한 날씨. 어제까지 이틀 연속 대형 집단 감염, 지역 감염 소식이 킹스턴에 이어졌었다. 수감자 교정 시설이 있는 인근 타운에서 수감자들 80명 이상이 확진되고, 킹스턴 안에 시설에서도 몇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퀸즈 대학 캠퍼스 주변에서 벌어진 파티 참가자들 50여명도 확진, 요양시설 환자도 확진... 어제만 15명이 추가 되었고, 역시 대부분이 2-30대 연령층이다. 온타리오 주 정부는 크리스마스 이후에나 온타리오 남부 전체에 새로 강화된 규칙을 발령할 예정이란다. 지금 당장 지역 봉쇄에 나서도 감염 속도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아직 크리스마스까지 1주일이나 남았음에도... 어쩌겠나... 여력이 없음이다. 통금이나 영업제한은 이미 자발..
우리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 부터 유언장을 작성해 두고, 또 그 내용을 가족들에게 알려 두었다. 물론 아이에게도 자세하게, 가령 부모가 갑자기 둘 다 사망하는 경우에 누가 후견인이 되고 재산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생명 보험, 종신 보험도 갖고 있고, 유언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가장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일이다. 그런 일이 안 일어 나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만... 일어 난다면 없을 경우 엄청난 불이익과 고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 “준비”해서 막거나 대처할만한 일은 거의 없다. 준비는 어디까지나 예상, 혹은 상상에 대한 대비이거나, 아니면 그저 살면서 쌓이는 지식과 경험의 산물로 현재의 나, 나의 능력이 준비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나 상..
왜 그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죄 사함...기독교와 카톨릭에서 말하는 사함을 받으면, 나아가 어떤 죄를 짓고 형을 살고나면 그 죄는 없어지는 것일까? 내가 죄인의 입장이면 당당히 나는 형을 치루었다, 댓가를 치루었다로 말끔히 지워지거나 잊혀지는 게 마땅하다고 여길 것 같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엔 감옥에서 형을 사는 것만으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도 있다. 피해자의 고통이 가해자가 산 형기만으로 충분히 없어지는 죄라면 나는 인정하겠다. 그러나 피해자의 숫자나 고통이 가해자의 수형 기간만으로 턱도 없다면 나는 그 죄에 합당한 형벌, 충분한 형벌이라고 못 하겠다. 그래도 사회에는 법과 규칙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 안에서 처벌 받고 인정해야 한다 치자. 그러나 최소한의 도덕적, 도의적 반성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달리 말할지도 모르겠다. 매일 쓰고 있어야 하는 돈이 어떻게 눈에서 멀어질 수 있으며, 또 눈에 안 보여 없을 수록 더 간절하고 절박한 게 돈이라고. 맞는 말이다. 생계의 절박함이나 끝에 간당간당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신선놀음 하는 사람들의 농담 수준의 말이다. 나는 가난을 절실하게 겪으며 산 적이 없다. 그렇다고 중산층의 유복한 삶도 아니다. 그저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이 살아온 편이다. 아버지가 사업을 몇 번 말아드셔서 힘든 적이 있어도 자식들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바닥은 아니었고, 이후에 가세가 기울어 아파트 월세로 죽 살았지만 집 없이 산 것도..
저녁을 다 먹고, 어째 잘 넘어가나 했는데...아랫층에서 제 아빠와 이야기 하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올라와 내 앞에서 뚝뚝...”내가 정말 바보 같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애들이 얼마나 날 이상하게 봤을까? 교수님도 언짢아 하는 것 같아 보이고...내가 무례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내 참...이제 이 짓도 다 끝났나 했는데...아직도 멀었나...나는 언제까지 이 아이의 눈물을 위로해야 하는 걸까? 결국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해. 내가 쓸데없이 우는 것 하지 말라고 했지? 울어야 할 만한 일도 아닌데 왜 울어? 여자는 아무 때나 우는 거 아니야!” 절대 바로 끝나지 않는다. 담아두고, 참고 참아 눌러 둔 속 내를 다 끄집어 내고서야 울음 뚝! 다시 웃으며 내게 안긴다. 어릴 때는 그렇게 ..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낮엔 거의 영상을 유지하는 편이라 해만 나면 봄날 같다. 나무도, 잔디도, 어디를 둘러봐도 초록은 아직이지만...그래도 뒷마당 화초의 움도 올라와 있는 걸 보면 크로커스 같은 앉은 뱅이 꽃들이 피는 것도 금방이다. 여기서 초록은 귀하다. 쉬이 오지 않고 기다림이 한정 없어 지쳐 지쳐...하아...탄식이 나올 때나 되어야 겨우내 쌓였던 눈과 얼음이 녹는다. 나무도 벌거 벗은 채로 얼마나 힘들까...초록 잎이 나자면 눈이 녹고도 한참이다. 꽃 부터 피는 나무들은 꽃이 떨어져야 초록 이파리가 달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잠깐이다. 이제 꽃망울이 돋네...하고 잠깐 잊은 사이 꽃이 피고, 또 잠깐 사이 꽃이 지며 초록으로 변한다. 그 잠깐을 왜 그리 쉽게 놓치느..